144 문재인 대통령과 재일동포들의 간담회 열쇠말: 화합, 미래, 자존심

6월27일 저녁 오사카성 근처에 있는 뉴오타니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재일동포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원래 6시30분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바로 전의 한중 정상회담이 길어지면서 7분 늦게 시작됐다.

이번 동포간담회는, 오사카가 ‘재일동포의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동포들이 많이 몰려사는 곳이고 무려 8년 만에 열린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또 정부 차원의 한일관계가 썩 좋지 않은 상황의 행사여서 동포들이 어떤 말을 하고 대통령이 무슨 메시지를 보낼지도 매우 궁금했다.

결과적으로 행사는 매우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행사 중에 참석자들이 대통령 내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일부 참석자들이 스스럼없이 대통령 자리로 다가가 인사를 나누려고 하는 바람에 경호원들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장면이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촛불 정권’의 특징이 아닐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번 간담회의 열쇠말이 ‘화합’과 ‘미래’라고 생각했다. 민단 간부 중심으로 열렸던 과거의 간담회와 달리, 이번은 각계에서 활동하는 동포들이 고루 참여해 화합의 마당이 됐다. 군사독재 시절 조작 간첩 사건으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던 이철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 대표와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가 대통령 내외와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은 사실이 모든 걸 상징한다.

또 백두학원 건국학교의 전통예술부 학생들이 아주 인상적인 공연으로 참석자들(특히, 서울에서 온 대표단)을 감동시켰다. 간담회장 배경막의 ‘대한민국’이라는 글씨를 장식한 민족학교 및 학급 학생들이 그린 동포 초상화와 함께, 차세대 동포의 밝은 미래를 과시했다.

여기에 간담회를 지배한 또 하나의 단어를 꼽으라면 ‘자존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뿌리를 지키며 조국에 물심양면의 기여를 해온 재일동포들의 버팀목은 바로 한국 출신이라는 자존심일 것이다. 나라의 발전에 동포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노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격려사 마지막 말은 그래서 더욱 울림이 있었다.

간담회를 준비하면서 참가하면서 느낀 소회를 <에 기고했다. 다음은 기고문이다.
http://naver.me/xwCTab1o

143 폭우 속에서 맞이했고, 흐리지만 좋은 날씨 속에서 환송했다

폭우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고, 흐리지만 좋은 날씨 속에서 두 분을 환송했다. 6월27일부터 29일까지 문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가, 나에겐 그렇게 시작해 이렇게 끝났다.

사진과 영상, 기사로만 보던 정상의 화려한 외국 방문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준비와 노력, 그리고 치밀한 절차 속에서 이뤄지는지도 ‘초보 공관장’으로서 생생하게 느꼈다. 예를 들어, 정상의 도착과 출발, 만남과 행사, 그리고 환영과 환송 준비를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마치 무대 위의 배우를 위한 무대 뒤의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는다. 큰 차질없이 ‘큰 행사’를 치르는 데 땀 흘린 한일 양국 관계자의 노고에 새삼 머리 숙여 감사를 전한다.

거의 두 달 전부터 내부적으로 준비해온 행사가 끝나니 피곤과 허탈감이 몰려온다. 또한 공관장을 하면서 경험하기 힘든 큰 행사를 무탈하게 끝냈다는 성취감도 느낀다.

이번 대통령의 오사카 방문에서, 오사카총영사관이 가장 힘들여 준비했던 행사는 27일 저녁의 동포간담회였다. 한일관계가 편하지 않은 가운데, 8년 만에 열리는 행사여서 준비에 더욱 힘을 들였다.

되도록이면 동포사회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각계각층의 분들을 초대해 화합의 장을 과시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한일관계 우호의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는 모임이 되길 바랬다.

다행히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행사가 되었다고 자부한다. 문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동포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그간의 기여를 격려해 주었다. 동포들은 한일관계 악화 속의 어려운 삶을 호소하면서도 대통령의 말에 큰 박수로 지지를 보내줬다. 백두학원 건국학교 전통예술부의 박력 넘치는 공연은 재일동포의 미래가 굳건함을 과시하는 듯했다.

아쉬움도 없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는 한일우호의 구축’을 강조했음에도, 아베 신조 총리의 외면으로 이번 회의에서 약식회담조차 열리지 않았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는 5월부터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세세하게 보면, 오랫동안 준비했으면서도 구멍이 생긴 것도 있고 그것밖에 못했냐고 자책할 일도 있다. 인간의 일이 100%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100%가 안 되는 줄 알면서 그것을 추구하는 자세가 결국은 실수를 최소화하는 길이지 않을까, 깨닫게 한 ‘긴’ 2박3일이었다.

 

142 카운트다운 표 ‘D-2’

드디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출근 때 보니, 공관 엘리베이터와 사무실 앞에 행사를 준비하면서 40일 전부터 붙여놓은 카운트다운 표가 ‘D-2’로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디데이(D-day)는 주요 20개국 오사카정상회의에 참가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사카에 도착하는 날이다.

문 대통령은 오사카에서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 동안 머물 예정이다. 도착하는 당일인 27일에는 첫 공식행사로 재일동포들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한국의 대통령이 오사카에 발을 디디는 것은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이래 햇수로 8년 만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노다 요시히코 당시 일본 총리와 교토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잠시 오사카에 들려 오사카민단본부 건물에서 동포들과 간담회를 했다.

오사카에 한국 대통령이 숙박을 하는 것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이래 21년 만이다.

일본 전체 동포의 4분의 1 정도가 사는 간사이지역 동포들로서는 이렇게 오랜만에 이곳을 찾는 한국 대통령이니 만큼 감개와 기대가 크다. 오사카총영사관으로서도 드물게 찾아오는 큰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 이번주부터는 서울과 도쿄에서도 행사를 준비하고 지원하기 위해 많은 직원들이 합류했다.

이번 대통령 방문 때는 오랜만의 오사카 방문에 걸맞게 대규모 동포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오사카에 사는 동포를 중심으로 도쿄 등 다른 지역을 포함해 모두 400여명의 동포를 초청했다. 8년 전보다 2배 정도 되는 규모다. 동포사회의 전체를 되도록이면 잘 대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노장청, 남녀를 고루 초청하려고 노력했다.

한일 사이의 정치관계는 차갑지만 민간교류는 뜨거운 ‘관랭민온’의 시대인 만큼, 문 대통령의 이번 방일에 나라 안팎에서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오사카총영사관의 전 직원들은 ‘ 동포는 위로 받고, 정부는 지지 받으며, 한일관계는 앞으로 나가는 기점’으로서 동포간담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Photo editing_Cloud20190626

141 1년여 동안에 느낀 한일관계의 새로운 흐름 [경향신문 기고]

6월28~29일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오사카 시내는 지금 그 준비로 바쁘다. 여기저기 전국에서 올라온 경찰들이 간간이 길을 막아놓고 도로 안전 점검 등을 하거나 주요 시설 등을 순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사카에 온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교토에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오사카에 잠시 들려 동포 간담회를 한 뒤 8년 만의 오사카 방문이다. 오사카에서 체류를 하는 것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21년 만이다.

잘 아시다시피 오사카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일본 안에서 재일동포들이 가장 밀집해 사는 곳이고, 한국 관광객이 세계에서 가장 찾고 싶어하고 또한 가장 많이 오는 곳이며, 고대부터 한국과 문화교류가 활발한 곳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문 대통령의 오사카 방문은 의미가 깊다. 한일관계 측면에서도 한일 정부 사이의 관계가 역사 문제 등으로 얼어붙은 상태여서,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오사카 방문을 앞두고, 1년여 동안 간사이 지역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느낀 한일관계의 새로운 흐름을 <경향신문>에 기고했다. 그 글이 21일 신문에 실렸다. 일독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1906202027015&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_share

140 시인 김시종씨의 탄생 90년과 도일 7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움

일요일인 6월16일, 재일동포 시인 김시종씨의 탄생 90년과 도일 7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움 ‘월경하는 언어’가 열렸다.

김 시인의 초대를 받아, 나도 참석했다. 마침 장소가 집과 가까운 오사카대학 나카노시마센터에서 열려, 점심을 먹고 슬슬 걸어갔다. 오후 2시부터 심포지움이 시작했는데, 30분 전부터 김 시인을 좋아하는 일본인, 재일동포들이 회의장을 메우고 있었다.

김 시인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일동포 시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평가받는 시인이다. 대학에서 그의 시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나왔고, 지금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김 시인의 명성은 일본에서보다 한국에 덜 알려진 편인데, 수년 전부터 그의 시와 에세이 등이 활발하게 번역 출판되고 있다.

김 시인은 제주 4.3 사건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4.3사건과 관련해, 소설가로 <화산도>를 쓴 김석범이 있다면, 시인으로는 김시종을 꼽을 수 있다. 4.3 사건에 관여했던 김 시인은 1949년 5월26일 제주도에서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6월6일께 고베 근처의 해안에 도착했는데, 심포지움 날짜를 일본 도착일과 비슷하게 잡았다고 주최 쪽은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움은 일본어로 시를 쓰는 재일한국인 시인 김시종의 시 세계를 ‘변경’이라는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젊은 재일시인 장정씨는 “김 시인의 시가 나의 버팀목이 됐다”면서 ‘재일한국인 언어로서의 일본어’에 주목했다. 일본인의 일본어가 아닌 재일한국어로서의 일본어로 쓰는 시가 일본에서도 남북한에서도 벗어난 독특한 시세계를 형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포지움 말미에 김 시인이 과거 역사를 외면하는 일본의 현실을 비판하는 강연을 하고, 자작시를 몇 편 낭송했다. 90살의 나이에도 힘찬 목소리로 간간이 위트를 섞어 얘기를 이어가자, 청중들도 박수로 호응했다.

나는 심포지움 시작 때 인사말을 통해 김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조선과 일본에 살다>는 책의 한국어 판에, 김 시인이 ‘항상 고향이 바다 건너편에 있는 자에게, 어느새 바다는 소원으로밖에 남지 않는다’라는 글을 써 주었는데 앞으로는 그 소원이 바다 건너 고향에 도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시인의 존재, 시, 말이 얼마나 세상을 자극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느낀 행사였다.

139 시가(滋賀)현 히코네(彦根)시에 있는 국립 시가대학

6월13일 오사카에서 120여 킬로미터 떨어진 히코네를 다녀왔다. 편도 2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중간에 도로공사도 하고 있고 교통사고로 인한 정체도 심해 왕복 5시간을 길위에서 보낸 힘든 일정이었다.

히코네는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와호 위쪽의 동편에 있는 도시로, 도쿄(에도)와 교토를 연결하는 도로인 나카센도와 도카이도가 만나는 교통의 요지이다. 에도시대 막부의 다이로(大老)로서 조미통상조약을 통해 개국을 단행한 이이 나오스케의 출신지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가 번주로 있던 오미히코네번의 성인 히코네성이 시내에 우뚝 서 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통신사가 에도로 가는 과정에서 숙식을 하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날 히코네를 간 것은 이곳에 본부 캠퍼스가 있는 시가대학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시가대학은 시가현에 있는 유일의 국립 종합대학이다. 일본에는 각 도도부현에 1개씩 국립 종합대학이 있다.

시가대학은 교육학부와 경제학부, 데이터사이언스학부의 3학부와 대학원에 학생 4천명 정도 규모의 학교이다. 교육학부는 현청이 있는 오쓰의 캠퍼스에 있지만, 본부는 경제학부와 데이터사이언스학부가 있는 히코네캠퍼스에 있어, 히코네 원정에 나선 것이다. 굳이 일정 차원에서 의미를 찾자면, 이날 시가대학 방문으로 오사카총영사관 담당 구역에 있는 국립 종합대학은 모두 섭렵했다.

이다 류이치 학장은 아주 열심히 학교 설명을 해주었다. 백수십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교육학부와 일본 최대 규모의 경제학부보다, 2017년에 새로 개설한 데이터사이언스학부의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일본의 국립대 가운데 정보학과 통계학을 함께 모아 학부를 만든 것은 처음이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정원은 학년당 100명에 불과하지만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전국에서 학생이 모인다고 한다. 아직 학부 졸업생은 배출하지 않았지만 석사과정은 올해 개설했고, 박사과정도 곧 개설한다고 한다. 특히 일본의 유수한 수십 개의 기업과 연계한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고, 이 학교의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견 경제인들의 도움도 크게 받고 있다고 한다. 학부 이름을 가타카나로 표기한 유일한 국립대학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데이터사이언스학부에 얼마나 힘을 쏟고 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학교는 한국의 계명대, 대전대와 교환학생 파견 등의 교류를 하고 있고, 데이터사이언스 분야에서는 최근에 숭실대와 교류를 하고 있다고, 이다 학장은 설명했다. 앞으로 데이터사이언스학을 비롯해 한국의 대학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싶다고 이다 학장은 의욕을 보였다.

138 오사카문화원이 기획한 ‘천년의 소리, 천년의 몸짓’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사카문화원이 기획한 ‘한국문화 공연’ 제2탄이 12일 열렸다.

국립민속국악원을 오사카민단과 함께 초청해 니시우메다의 산케이홀브리제(900석 규모)에서, ‘천년의 소리, 천년의 몸짓’이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했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문화공연 행사는 5월17일 조수미씨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연, ‘오사카에 울려퍼진 한일 화합의 멜로디’에 이은 두번째이자 마지막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첫 행사도 그랬지만 이번 행사도 성공이었다. 90분 동안 ‘기악합주 시나위’부터 마지막 ‘판굿과 소고춤’까지 7 가지 프로그램을 휴식없이 공연했는데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했다. 부채춤과 가야금병창 <제비노정기>, 남도민요 <방아타령>이 공연될 때는 청중석에서 절로 함성, 또는 박자에 맞춘 박수가 터져나왔다. 또 사물놀이 때는 공연자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공연장을 압도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가는 사람들마다 엄지 손가락을 세우거나 “최고였다”는 말을 쏟아냈다. 특히 공연장의 절반 정도를 채운 동포들의 감동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번의 연속 공연은 G20 오사카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수준높은 문화를 한국과 인연이 깊은 이 지역에 소개함으로써 문화교류를 통한 한일우호에 조금이나마 기여하자는 뜻에서 기획됐다. 더욱이 한일 정부 사이의 관계가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썩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양국 시민의 마음을 연결해 주는 문화교류가 어느때보다 더욱 필요한 때이다.

이런 기획이 성공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는 한국에서 가장 수준 높은 급의 공연단을 초청한 것이라고 본다. 아무리 문화교류가 다른 분야보다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상대국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해도, 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또 한가지는 오사카 지역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공연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지역은 한국의 동포가 가장 많이 살고, 예전부터 한국과 문화교류가 깊다. 반면에 도쿄에 비해서 수준 높은 문화교류 행사는 턱없이 적은 편이다. 이런 특성이 한국에서 온 질 높은 공연에 열광적으로 반응한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137 도요나카시 슨다이 관광・외국어비지니스 전문학교

5월28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오사카 부근의 도요나카시에 있는 슨다이 관광・외국어비지니스 전문학교를 방문했다.

이 학교는 예비교(한국으로 말하면 대입학원)를 중심으로 유치원에서 대학까지를 두고 있는 학교법인 슨다이학원이 운영하는 전문학교이다. 특히, 슨다이 예비교는 명문대학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고 있는,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학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창 대입시험이 치열할 당시의 종로학원, 대성학원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슨다이 전문학교는 승무원, 호텔, 결혼, 철도, 영어, 한국어학과를 두고 있는 2년제이다. 전체 학생 규모는 학년 당 300명씩 모두 600명이다.

그런데 6개과의 한 과인 한국어과가 유독 인기가 높다. 1학년은 전체 정원의 60%인 180명, 2학년은 36%인 116명이 한국어과 학생이다. 올해 입학 희망생 중 10명은 교실 부족으로 뽑지 못했다고 한다.

이 학교의 한국어과가 인기를 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성욱 한국어과 부장은 “2003년 경 처음 한국어과를 개설했을 때는 4명으로 시작했다”면서 2012, 3년께부터 학생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와게타 슌이치 교장도 최근 한일관계가 나쁘다고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려는 젊은이, 특히 여자들의 열기는 매우 뜨겁다고 말했다.

정부 사이의 차가운 관계, 전통적인 언론의 한국 비판보도에도 불구하고, 민간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류의 기세를 이 학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왜 예전에 없었던,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 학교 선생들은 첫번째로 케이팝(k-pop)을 꼽았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려는 동기를 갖게 된 것 같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에스앤에스(sns)의 힘도 크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나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정보를 얻기 때문에 일반적인 여론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한다는 것이다.

또 한일 사이의 민간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어를 활용한 취업이 쉽고, 저가항공편이 활성화되어 직접 한국을 경험할 기회가 커진 것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이 학교 관계자는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또 한 가지는 예전엔 학생들이 한국말을 배우려고 해도 부모를 설득하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부모들이 학생들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준다는 것이다. 한 선생님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는 걸 실감합니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한국어과 학생 중 반 정도가 간사이지역 출신이고, 나머지 절반이 오키나와를 비롯한 타지역 출신이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빗속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를 뒤로 하고 나오면서, 세상에는 기존의 생각이나 관념의 틀로는 포착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상보다 현장이 중요한 것 같다.

136 재일동포 사회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인 세대교체

재일동포 사회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세대교체일 것이다. 동포사회의 1, 2세들은 노인이 되어 활동력이 떨어져 가고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젊은 세대는 그 틈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1, 2세는 한국말도 하고 조국과의 끈도 강하지만, 젊은 세대는 한국말도 잘 못하는데다가 조국과의 인연도 옅다. 1, 2세가 조국 지향성이 강하다면, 3세 이후는 일본 사회에 정주 지향성이 강하다. 귀화도 늘고 있다. 어찌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또 옛 일본기업의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제처럼 1, 2세가 버티고 있는 동포 단체에 젊은 세대가 진입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재일동포 사회가 안고 있는 세대교체와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가장 절실하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3세 이후 세대가 주류인 청년단체의 지도자들일 것이다.

오사카총영사관은 20일 간사이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단체 대표들을 공관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했다. 한국오사카청년회의소, 한국교토청년회의소, 오사카한국청년상공회, 민단 오사카 청년회, 옥타(OKTA, 세계한인무역협회) 오사카지부, 한글학교관서협의회, 관서유학생회 대표 등 20여명이 왔다. 장소는 일부러 민족학교 및 민족학급에 다니는 동포학생들의 그림과 공작 등이 전시되어 있는 공관 1층 회의실(이른바 ‘꿈 갤러리’)에 잡았다.

처음으로 하는 행사이고,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가 많았는지 처음부터 무거운 주제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동포, 동포하는데 동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동포사회에 이념성향이 다른 단체들이 있는데 어디까지 협력을 해야 한는지,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국제결혼을 했을 때 자녀의 정체성 등등 하나도 쉬운 문제가 없었다.

제기된 하나하나의 문제에 답을 곧바로 찾을 수는 없지만 서로의 문제을 공유하고 집에 가지고 돌아가 생각하는 기회가 된 것에 의미를 두자는 말밖에, 못하는 내가 답답했다. 그래도 이런 고민이라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자유토론 뒤에는 공관 근처의 한식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한 잔씩하며 친목을 다졌다. 밥 먹고 술 먹으면서 개인적인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런 모임이 새로운 동포사회의 지도자를 배출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135 일본경제신문 5월 22일 석간에 나온 인터뷰 기사

<일본경제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이 22일 석간에 나왔습니다. 인터뷰는 5월8일에 했는데, 게재까지는 2주일이 걸렸습니다.

전국판은 아니고 간사이 지역판에 나온 기사입니다. 춘계 지면 개편과 함께 재단장한 코너인데, 이름이 ‘간사이 타임라인 미래상’입니다. 코너가 정비되고 3번째 등판입니다.

인터뷰에서는 부임 뒤 1년을 보내면서 느낀 간사이지역에 관한 인상과 가장 크게 남는 곳, 한일관계 개선 방안, 6월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주요한 화제가 됐습니다.

저는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고 행동력이 강하며 개방적인 간사이 사람들의 기질이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 한국과 옛부터 인연이 깊은 이 지역이 앞장서 우호를 발신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또 가장 인상적인 장소로는 한일 사이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되어 있는 이쿠노구의 코리아타운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G20 정상회의 때 우리나라 대통령께서 21년 만에 오사카에서 숙박하는 기회를 살려 한일관계가 개선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또 한일의 어려운 정치 상황 속에서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 연결해 놓은 기사를 참고해 주십시요.

https://r.nikkei.com/article/DGXMZO45076710R20C19A5960E00?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