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는 뉘앙스를 가진 ‘혐한’이라는 말은 없애자

오사카의 코로나 감염자 수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런 탓에 사회적 공기는 무겁지만, 4월20일의 날씨는 매우 화창했다.

이날 시가현 나가하마시 다카쓰키쵸 아메노모리 마을에 있는 ‘아메노모리 호슈암’에 갔다. 정식 이름은 ‘동아시아 교류 하우스 아메노모리 호슈암’이다. 오사카총영사관에서 거리가 가장 먼 곳 중의 한 곳이다. 자동차로 쉬지 않고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원래는 이곳의 히라이 미스오 관장과 히라이 시게히코 전 관장 등 관계자들과 송별 인사 겸 점심을 하기로 했으나 코로나 감염 확대로 식사는 취소했다. 대신, 그동안 한일 풀뿌리 교류에 힘써온 시게히코 전 관장에게 감사패를 전하는 것으로 만남을 조정했다. 두 사람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 가득한 환대를 해주었다.

시게히코 전 관장은 지난해 2월, 1년여 이상 걸쳐 손수 종이 찰흑으로 만든 조선통신사 행렬상을 총영사관에 기증한 바 있다. 내가 2018년 부임 인사차 방문했을 때 그곳에 전시된 행렬상을 보고 재건축하는 총영사관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만들어 준 것이다.

아메노모리 호슈(1668~1755)는 일본의 학자이자 외교관이다. 주로 대마도에서 일을 하면서 조선과 외교를 담당했다. 조선통신사 방문 때도 2 차례 동행하는 등, 관여했다. 이런 그가 한일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 5월 일본을 국빈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이 궁중만찬 연설에서 그의 이름을 거론하면서부터이다. 아메노모리 호슈암이 그의 탄생지인 시가현의 마을에 생긴 것은 그보다 앞선 1984년이다.

그의 성신의 외교관은 그의 저서인 <교린제성>에 가장 잘 표현되어 있다. “성신이란 서로 속이지 말고 싸우지 말고, 진실로써 사귀는 것이다”라는 대목이다.

호슈암 관계자들은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일관계의 부침과 관계없이 꾸준히 민간교류에 힘을 쏟고 있다. 나도 이들을 응원하자는 생각에 기회를 만들어 현지를 방문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봤자 이번이 4번째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2월에는 미카즈키 다이조 시가현 지사와 함께 이곳에서 한일교류와 관련한 시민 대담회를 한 바 있다. 이때 내가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한’은 몰라도 상대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는 뉘앙스를 가진 ‘혐한’이라는 말은 없애자”고 제안한 바 있는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미스오 관장이 다가와 “요즘 여기저기 기회가 있을때마다, 혐한이란 말을 없애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며시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호슈암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시가현청에 들려 미카즈키 지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