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애매모호하게 처리된 문제가 이제서야 피할 수 없는 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일 갈등의 뿌리는 어디인가. 양국의 지도자의 개인 성향, 또는 양국 정부의 정책과 전략의 어긋남에서 오는 것인가. 아니면 더욱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인가.

한일갈등의 높은 수위와 해결의 시급성을 논하는 사람이나 자리는 많지만, 갈등의 근본 원인을 짚어보고 따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갈등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올라가다 보면,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가 적법한 것이었는지 불법적이었는지에 관한 논란을 피할 수 없다. 14년여를 끌며 진행된 한일국교 협상과정에서도 불법이라는 한국의 주장과 합법이었다는 일본의 주장이 결말이 지어지지 않은 채 서로 유리하게 해석하는 식으로 얼버무려졌다.

최근 강제동원 노동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위자료 배상 판결을 계기로 불거진 한일 갈등은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처리된 문제가, 이제서야 피할 수 없는 식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사카총영사관은 갈등의 현상이 아니라 본질에 대해 동포들과 공부를 한다는 취지에서, 11월5일 식민화 과정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연구에 힘쓰고 있는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국사학)와 도쓰카 에츠로 변호사를 초청해 <한일갈등의 근본원인과 바람직한 한일관계 방향>이란 제목의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태진 교수는 1980년대 말 서울대 규장각 원장에 취임한 것을 계기로 1905년 을사조약, 1910년 합방조약이 조약의 형식이나 절차도 갖추지 못한 것을 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던 자료 등을 토대로 실증했다. 도츠카 변호사는 이 교수의 연구를 일본의 사료와 국제법 검토를 통해 더욱 발전시켰다.

두 사람의 구체적인 주장은 그들이 발표한 논문과 저서를 보는 것에 맡기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일본의 식민지배는 당시의 국제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최소한의 형식도 갖추지 않았고, 따라서 당시의 조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토론과정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그렇다면 앞으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이다. 두 사람은 모두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데 일치했다. 그러면서도 도츠카 변호사는 국제사법재판소에 판단을 맡겨 해결한 것이 좋겠다는 데 비중을 두었다. 이 교수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큰 침략전쟁을 일으킨 것만 해도 5번이나 되는데 일본은 이 시대를 미화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일본이 이런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진정한 화해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150명의 참석자들은 4시간 정도 열린 심포지엄 내내 내용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집중력을 읽지 않고 경청했다. 이것만으로도 이날의 심포지엄은 큰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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