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통국사에서 열린 제주 4.3사건 71주년 위령제

4월인데도 날씨가 춥다. 요즘 몇일 최고기온이 11도, 12도 정도다. 바람까지 불어 겨울이 다시 온 듯한 느낌이다. 오사카에서 벚꽃이 피었다고 기상청이 발표(3월27일)한 지가 알주일이 지났는데도 쌀쌀한 날씨 때문에 꽃 구경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피었던 꽃도 다시 외투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봄날씨를 ‘춘래불사춘(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있다. ‘花曇り(하나 구모리)’라는 말이다. 벛꽃이 필 무렵 추위가 올 때 쓰는 말이란다.

4월3일의 오사카 날씨가 바로 춘래불사춘이요, 하나 구모리였다. 이런 스산한 날씨 속에서 오사카의 덴노지구에 있는 절 통국사에서 제주 4.3사건 71주년 위령제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4.3 희생자 위령탑이 세워진 곳이다.

오사카총영사관에서도 나를 포함해 10여명의 직원이 이곳에서 처음 열리는 위령제에 참석했다. 가보니, 희생자가족, 이곳 시민들로 구성된 위령제 실행위원회 관계자, 민단과 총련 관계자를 포함해 50여명 모였다. 통국사 스님들의 독경에 이어 선향과 참배를 하는 순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오사카가 제주 빼고는 4.3사건과 가장 인연이 깊은 곳이기 때문인지 제주 KBS에서도 현지 취재를 왔다. 나는 위령제가 끝난 뒤 잠시 인터뷰 요청이 있어 응했다. 총영사관에서 처음 위령제에 참석한 의미와 공관의 4.3 피해자 지원 대책 등을 물었다. 나는 “오늘 총영사관뿐 아니라 피해자, 시민, 민단, 총련 관계자까지 다함께 모여 위령제를 해, 희생된 분과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방침에 발맞춰 나가면서 이곳의 시민, 유족들과 의견을 나누며 도움이 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위령제를 마치고 나오면서, 느리지만 그래도 역사는 한발한발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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