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 자연은 이렇게 무자비하면서도 태연하구나

1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상이 완전히 딴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제 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밖은 강한 비바람이 불고 실내의 테레비전은 종일 일본 전국을 연결하며 대형 태풍 짜미의 행로와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오사카는 태풍이 나고야 쪽으로 간 밤 11시 넘어서부터 바람이 강해졌다. 강풍이 창문을 세차게 때리는 긴장 속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 보니 ‘이게 왠걸’ 맑은 하늘에 찬란한 햇빛이 비추고 있지 않은가.

어제와 전혀 다른 날씨를 보면서, 자연은 이렇게 무자비하면서도 태연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자연과는 맞서는 것이 아니라 맞춰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 사람들은 극심한 자연 재해에도 정부 책임을 추궁하기는커녕 스스로 피해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아마 험한 자연이 불러오는 무자비한 공세 속에서 오랫동안 학습된 ‘순응 디엔에이(DNA)’가 그들의 세포에 장착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일본의 기상 용어로 ‘매우 강한’ 급의 태풍이 1달 사이에 두 번이나 연달아 온 것은 1992년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달 초 간사이공항 폐쇄를 불러온 제21호 태풍 제비와, 이번의 제24호 태풍 짜미를 이른다.

다행히 이번의 태풍은 오사카에는 제비 때에 비해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다. 행로가 태평양 쪽으로 치우친데다가, 제비 때 놀란 간사이공항이 미리 태풍 예정일에 활주로를 폐쇄하는 등, 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효과가 컸다.

총영사관도 태풍이 오기 전부터 예방적으로 주의를 당부하는 정보를 수시로 내보냈다. 태풍이 온 당일엔 일요일이지만 대다수 직원이 출근해 24시간 비상근무를 하며 대응했다. 다행히 여행자 및 교민의 피해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예방 조처 때문인지 당일 문의전화도 예상보다 적었다.

일본에서 몇 차례 재해를 국민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대하면서 느낀 점은, 첫째 예방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상황을 예상보다 더욱 강하게, 더욱 민감하게 상정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외국에서 불의의 사태에 직면하는 개별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공관은 공관대로 이전 대응의 불비함와 미흡함을 반성하면서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재해가 빈발하는 지역에 찾아오는 분들도 방문지에 관한 사전 정보 숙지 등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24호 태풍이 지나가고 나자마자 25호가 바로 뒤따라온다는 뉴스가 나온다. 오기 전 소멸, 또는 다른 쪽으로 방향 전환을 빈다. 이기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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